센터 새소식
함께 찾아가는 안전한 미디어 세상
청운중학교 특수학급 학생들과 나눈 ‘안전한 미디어 이용’ 특강 이야기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 미디어강사 양어진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이 된 요즘, 미디어는 누구에게나 가까운 존재가 되었지만 그만큼 딥페이크나 온라인 그루밍처럼 보이지 않는 위험도 함께 있습니다. 손쉽게 미디어를 소비하고 창작해내는 미디어세대라 불리는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미디어 이용’을 다루는 이번 특강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작은 힘을 길러 주는 일이라 생각하며 준비했습니다.
수업을 준비하며 : 모두의 눈높이에서 다가가는 수업
이번 수업을 함께한 청운중학교 특수학급은 1·2·3학년 학생이 한자리에 모이는 통합 수업으로, 학년도 이해의 속도도 저마다 달랐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설계하며 가장 고민했던 것은 ‘무엇을 가르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을까’였습니다. 어려운 주제를 어떻게 쉽게 풀어낼지, 또 학생들이 부담 없이 참여하면서도 꼭 필요한 메시지를 분명히 가져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두 시간을 차근차근 채워 갔습니다.
그림으로 시작한 시간
수업의 문은 두 컷짜리 만화로 열었습니다. 친구의 얼굴이 합성된 영상이 퍼진 장면, 온라인에서 만난 낯선 사람이 다가오는 장면에 학생들의 시선이 금세 모였습니다. 글보다 그림이 먼저 다가가는 자료라 부담 없이 보이는 것과 상상되는 것을 자유롭게 발표해보는 시간을 가졌고, 발표가 부담스러운 학생에게는 손을 들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견이 된다고 일러 두자, 교실 안의 긴장이 한결 풀리며 모두가 한 번씩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각기 다른 학생들의 인지수준과 표현정도를 파악할 수 있었고 이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아티스트 로봇과 탐정 로봇 : 딥페이크를 이해하는 방법
딥페이크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기술 용어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 로봇’과 진짜인지 가려내는 ‘탐정 로봇’이 서로 겨루며 점점 더 정교해진다는 이야기로 풀어내었는데 어렵게 느껴질 법한 내용인데도 두 로봇의 대결 구도를 흥미로워하였고, 똑똑한 컴퓨터 속 로봇은 사람의 명령을 따른다는 점과 똑똑한 기술을 좋은 곳에 쓰는지 나쁜 곳에 쓰는지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의 주인인 나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이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강조하였습니다.
수업은 한 번에 복합적인 개념을 배우기보다 하나의 메시지를 여러 방식으로 되짚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책상에 오래 앉아 듣기보다 몸을 움직이며 참여할 수 있도록 OX 퀴즈와 거수 활동을 곳곳에 배치해 진행했습니다. 이어진 OX 퀴즈에서는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엄지척을 하는 등 다양한 포즈로 퀴즈를 풀어나갔는데 거의 모든 학생이 즐겁게 참여했고, 답을 맞추기 전에 서로서로 이게 맞아. 이거야.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등 자율적인 의견나눔이 이루어졌습니다. 다만 어떤 사례가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하는 활동은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 망설이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럴 때는 헷갈리면 멈추고 어른에게 물어보자는 약속으로 자연스럽게 정리했습니다.
거절해도 괜찮아 : 나를 지키는 연습
온라인 그루밍은 무겁고 민감한 주제인 만큼, 학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다가갔습니다. 자세한 피해 장면을 묘사하기보다 모르는 사람의 부탁은 거절해도 된다는 것, 혼자 고민하지 말고 꼭 알린다는 것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평소 말수가 적던 학생이 이 대목에서 유독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수업 후반에는 SNS 안전 체크리스트를 한 문항씩 함께 읽으며 자기 습관을 돌아보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신고 번호 1366을 소리 내어 따라 외웠습니다. 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함께 한 수업
결코 짧지 않은 두 시간의 수업이었지만 집중이 흐트러질 무렵이면 몸을 움직이는 활동으로 분위기를 환기했고, 담당 선생님과 보조 인력이 곁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을 살펴 주신 덕분에 누구도 뒤처지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의 마무리로 나를 위한 안전한 미디어약속을 온라인 공유폼을 통해 다 같이 볼 수 있도록 남겼는데, 글쓰기가 어려운 학생은 그림이나 스티커, 손그림 등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고 서툴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흔적을 남기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두 시간 동안 쌓인 작은 변화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딥페이크도 온라인 그루밍도, 학생들이 기억해야 할 메시지는 단순했습니다. 가짜는 만들고 퍼뜨리지 않기. 개인정보 지키기. 낯선 요구는 거절하기, 힘들 때 도움청하기. 어려운 주제였지만 학생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수업에 함께 했고 각자 자신의 언어로 이 메시지를 다시 풀어냈습니다. 안전한 미디어 세상은 누군가 대신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조금씩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 그 첫걸음을 청운중학교 학생들이 건강하게 시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