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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후기] 영상 제작하며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이
조수정 작성일 : 2024.11.06 조회 : 96

영상 제작하며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이

-보은여고 고교학점제 미디어교육 후기-

미디어 강사, 엄지수


3, 초봄의 찬바람을 맞으며 보은여고를 처음 찾았습니다. 학교 앞 넓은 논은 아직 꽁꽁 얼어붙어있었지만 교실에서 만난 보은여고 방송반, PBS 친구들의 인사는 언 땅을 녹이는 햇살처럼 밝았습니다. 학생들이 먼저 이번 교육을 통해 배우고 싶은 것과 제작하고 싶은 콘텐츠를 정하고 모든 수업 과정에서 이토록 적극적으로 참여한 수업은 제게도 귀한 경험이었기에 여러분과 수업 후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선생님, 저희는 영상을 만들며 각자 정한 진로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어요!


1~2학년 총 12명으로 구성된 방송반 학생들 중 영상 관련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은 단 2명 뿐, 다른 10명의 친구들은 저마다의 진로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영상 제작 기술을 배우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개인 또는 비슷한 진로를 희망하는 모둠별로 전하고픈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주었습니다. 저 또한 청소년과 제작교육을 할 때 콘텐츠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냐를 가장 강조하기 때문에 학생들과 일명 케미가 맞았다는 기쁨에 더 신나게 교육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예체능 진로에 대한 어른들의 부정적인 편견을 깨고 싶다, 심리학으로 완벽주의이지만 끝없이 미루는 습관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싶다, 과연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뛰어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방의 인구감소로 폐교가 많이 생기는데 폐교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소개하고 싶다, 독립운동가에 대한 미흡한 처우에 대해 알리고 싶다.. 학생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렇게 5가지였습니다. 주제마다 사람과 소통하고 지역과 교감하며 사회와 연대하려는 모습이 보여 주체적인 민주 시민으로 자라는 학생들이 앞으로의 미디어 세상 속에서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펼칠까 기대하는 마음이 가득 올라왔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이 영상 기술이 아니라 효과적인 소통이라면

나는 너희의 시야를 넓혀줄게!


모내기 이후 논이 파릇파릇해지자 우리의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구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학사 일정상 차시 간의 간격이 넓고 수업 일정이 불규칙적으로 잡혀있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시험기간 조차 특별히 과제로 내지 않았던 것을 준비해오는 학생들의 적극성이 모든 문제를 덮어버렸습니다. 이토록 진심인 학생들이 마음껏 콘텐츠를 만들도록 뮤직비디오, 영화, 다큐멘터리, 토크쇼 등 다양한 형식의 영상을 시청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형식에 따라 어떤 점을 강조할 수 있는지, 어떤 점이 보완되는지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누며 주제에 따라 각 모둠별로 완성도 높은 기획안을 작성했습니다. 사전 제작과정에서 기초를 튼튼하고 뼈대를 잡으니 촬영은 수월하게 진행됐습니다. 일정 상 방학기간에 학생들끼리 촬영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영상언어를 정확히 이해하여 작성해둔 콘티뉴이티 덕분에 퀄리티 높은 촬영본을 가져왔습니다. 사실 기획/구성 단계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에 촬영 시간이 부족한건 아닐까, 학생들끼리 촬영하는 것이 괜찮을까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청소년은 미디어 기술의 발전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려움이 없다는 것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효과적인 카메라 사용법, 장비 세팅 등에 대한 교육이 점점 무의미하게 스마트폰의 기능이 좋아지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청소년이 많아질수록 미디어 강사인 제가 학생들에게 전해야 할 교육은 어떤 방향일까, 강사로서 많은 것을 고민하며 제 기초를 새로 쌓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푸르던 논이 노랗게 익어가듯

우리의 꿈도 알알이 열매를 맺는 가을!


다양한 형식으로 5개의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기에 후반 제작과정은 더더욱 모둠별로 진행해야 했습니다. 각 모둠별 활동으로 흩어지기 전, 어떻게 영상을 완성해낼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함께 세운 규칙은 1)메시지를 전달하고픈 나의 목소리를 담을 것

2)듣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서 자막을 추가할 것

3)제작한 우리의 이름을 넣을 것.

사실 영상을 제작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강사인 제가 먼저 이렇게 하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배우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편집하는 프로그램도, 순서도, 방식도 모두 달랐지만 모든 모둠이 처음 선정했던 메시지에 더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더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학교 앞 논이 노랗게 익은 어느 가을 날, 우리만의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학생들이 상영회라며 들뜬 표정으로 양 손 가득 팝콘과 음료를 들고온 덕분에 작지만 풍성한 상영회가 됐습니다. 한 해 가까이 공들여 만든 나와 친구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학생들의 표정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또 엄청 기쁘고 뿌듯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던 친구들은 이번 제작 과정을 통해 진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어 좋았다는 평을 해줬습니다.



모든 게 다 서울에 있는 대한민국? (X)

보은에서 발견한 보물!


저는 학생들에게 마지막 시간이라며 포스트잇을 가득 채운 편지를 선물 받기도 했는데요. 1-2학기에 걸쳐 진행된 수업이기에 저도 수업에 대한 애정 2, 보람 2, 배움 2배였던 것 같습니다. 최근 저출산이나 인구감소로 지방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본인이 졸업한 초등학교가 곧 폐교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가깝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직 전국 곳곳, 이렇게 작은 보은군에도 꿈을 꾸고 그 꿈을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청소년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기성세대와 또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이에 대한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디어를 활용하여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영향력이 강한 미디어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청소년이 있으니 머지않아 지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희망의 목소리로 바꿀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를 통해 미디어교육을 받고 있는 충북 내 여러 청소년들이 그 날에 앞장설 수 있길 저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보은여고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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