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새소식
AI로 여는 교실, 함께 나아가는 미래
이지현 미디어교육 강사
1. AI로 열리는 새로운 교실의 풍경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학교 현장은 전례 없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이미 교실 깊숙이 들어와 학습 방식과 교육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2025년 11월 14일자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96.6%가 수행평가 준비 시 AI를 활용한다고 답했고, 결과물을 거의 수정 없이 제출하는 학생도 20%에 달했다. 교사들 역시 행정 업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며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AI 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배움의 방법’ 자체를 바꾸는 과정이다. 교육부는 전 생애 주기 기반의 AI 기본 교육을 확대하며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추진해 왔다. 특히 초등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학·정보 교과에서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될 예정이다. AI 활용이 학습 효율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AI 부정행위, 생각의 외주화, 창의적 사고 약화, AI 답변에 대한 무비판적 신뢰 등 여러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중심 교육이 아니라 AI 리터러시, 즉 AI를 바르게 이해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역량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AI 윤리와 안전한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학교 현장에 배포해 왔다. 이 지침에는 AI 결과물의 진위·편향 검증, 과의존 방지, 자율적 학습 지도, 비판적 사고 기회 제공 등이 포함되어 있다. AI를 답을 ‘대신 주는 기술’이 아니라, 학습을 ‘돕는 도구’로 인식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AI로 변화하는 교실은 단순히 도구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주체적 학습자로 성장하는 새로운 배움의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2. 초등 교실의 실험, ‘AI 작가랑 숏폼 제작’
경기시청자미디어센터는 2025년 남양주미래교육협력지구 사업을 통해, AI를 처음 접하는 학생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3시간×2회차 ‘AI 작가랑 숏폼 제작’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기술 체험을 넘어, AI 이해 → 윤리 탐구 → 기획 → 촬영 → 편집 → 공유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설계되었다. 프로그램 운영에 앞서 센터 담당자와 강사가 사전 연구와 기획 회의를 거쳐 내용을 개발했고, 이를 남양주미래교육협력지구 프로그램으로 제안·제공하였다.
첫 시간에는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원리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퀵드로우(Quick, Draw!)’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AI에게 학습시키는 활동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AI가 사람만큼 정확하지 않다는 점에 놀라워했고, 자신이 잘 모르는 단어나 사물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난감해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AI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이 먼저 정확히 알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다시 말해 언어·표현·사고력이 핵심 역량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학생들은 저작권·초상권·개인정보 등 AI 활용과 관련된 기본 윤리 요소
를 학습했다. 생성형 AI로 다듬은 대본을 그대로 사용하면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 친구의 얼굴을 함부로 촬영하거나 온라인에 올릴 수 없다는 점, 개인정보를 AI에게 입력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확인했다.
영상 기획 단계에서는 모둠별로 주제를 정하고, 육하원칙을 활용해 사건 구조를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사전에 보호자 동의를 받아 생성형 AI 활용 동의서를 확보한 뒤, 뤼튼 AI를 활용해 대본 작성에 도움을 받았다. 학생들은 AI가 만들어 준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모둠에서 논의한 내용과 어울리는 표현만을 골라 쓰거나 재구성하면서 AI를 ‘대신 써주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촬영 활동 진행 시 교사가 안내한 학교 내 안전 수칙(계단·복도·초상권 유의 사항 등)을 충분히 숙지한 뒤 진행되었다. 카메라 앞에서 역할을 맡고, 장면을 직접 구도에 맞게 잡아보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큰 흥미를 보였으며, 스스로 만든 이야기가 영상으로 구현되는 순간 성취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편집을 거쳐 상영회를 진행했을 때, 학생들은 서로의 영상을 보며 환호와 웃음을 나누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자막, 내레이션 등이 결합된 결과물을 함께 보면서, 학생들은 AI가 단지 빠르게 만들어주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도구’라는 점을 체감하게 되었다.


3. 교사와 함께 만드는 변화, ‘찾아가는 교원 미디어교육’
‘찾아가는 교원 미디어교육’은 연초에 희망 학교의 신청을 받아 2시간×3회 또는 3시간×2회 형태로 운영된 교원 연수 프로그램이다. 학교의 특성·일정·교원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구성되었으며, 실제 수업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천형 연수라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었다.
사전 설문을 통해 교원의 관심사와 수준을 파악한 뒤 각 학교별 맞춤형 연수를 구성했다. 그중 한 학교의 사례를 소개하자면, 첫 차시에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미디어의 개념과 변화, 현대 사회에서의 역할, 팩트체크 기반 허위정보 판별 등을 다루었다. 생성형 AI를 사용해 본 경험은 있으나 개념·용어 이해가 부족한 교사가 많아, AI 등장 배경과 개인정보·연령 제한 등 안전한 활용 조건을 함께 정리하였다. 이어서 ChatGPT와 NotebookLM을 활용한 기본 프롬프트 실습을 통해 기초적인 활용 감각을 익혔다.
두 번째 차시에서는 교사의 수업 준비를 실질적으로 돕는 교육자료 제작 실습을 진행했다. ChatGPT와 NotebookLM을 활용해 문제지·안내문·학습지 초안을 생성하고, 이를 학급·학생 수준에 맞게 조정하는 활동을 통해 AI가 교사의 업무 효율성과 수업의 개인화 모두에 도움이 되는 도구임을 확인했다.
세 번째 차시에서는 VREW AI 기반 영상 제작 실습을 진행했다. 화면 비율 설정, 자막·음성 삽입, 텍스트 기반 편집, 정보성 숏폼과 스토리텔링 숏폼 비교 등 실제 수업 적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구성되었다. 영상 제작 경험이 있는 교사도 AI 영상 제작은 대부분 처음이었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서 바로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높은 몰입도를 보였다.
결국 이 연수는 단순한 AI 기술 실습이 아니라, 교사가 AI를 수업의 질과 효율을 높이는 협력자이자 동반자로 바라보도록 돕는 과정이었다. 허위정보 판별, 윤리적 활용, 안전한 지도까지 포괄하는 연수는 교사가 AI 시대의 수업을 책임 있게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크게 확장해 주었다.


4. AI 리터러시, 교사와 학생이 함께 확장하는 힘
AI 기반 수업의 핵심은 기능 학습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만능 기술이 아닌,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배우는 공동 창작자이자 협력자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학생들은 AI가 제안하는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왜 이렇게 답했는가?”, “이 문장은 사실에 근거했는가?”를 묻고 수정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저작권·초상권·개인정보 등 윤리 요소는 AI 시대 디지털 시민성을 구성하는 기초이며,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요구되는 역량이다. 또한 AI는 환각·편향·데이터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함께 오류를 실험하고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비판적 사고 교육이 된다. 결국 “AI를 잘 쓰는 교사는 기술자가 아니라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이다.” AI 교육은 새로운 도구를 익히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일이다. 그 질문이 학생의 탐구를 열고, 교사의 역할을 확장시키며, 교실의 배움을 깊게 만든다.
5. 연결로 완성되는 미래교육의 길
AI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묻는 일이다. 누가 먼저 어떤 기술을 익히느냐보다, 학교와 교사, 학생이 어떻게 서로의 발맞춤을 맞추며 성장하는가가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AI는 교실을 지나 학교와 공동체까지 이어지며 미래교육의 길을 넓혀 준다.
아이들이 AI에게 그림을 가르치며 웃음을 터뜨리던 교실, 오류가 섞인 문장을 함께 고치며 “왜 그럴까” 질문을 던지던 대화, 촬영을 마치고 편집한 영상을 상영하며 작은 환호가 번지던 순간들… 그 모든 풍경은 어느새 학교 안에서 자라고 있는 미래교육의 씨앗이 되고 있었다. 작고 여린 씨앗처럼 보이지만, 이 경험들이 켜켜이 쌓일 때 교육의 흐름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새로운 방향을 향해 움직인다.
<AI로 여는 교실은 기술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교실이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아갈 때, 미래교육은 싹을 틔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