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새소식
아이들 안에 심은 디지털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힘
찾아가는 안전한 미디어 이용 특강<염창중학교>
글 :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김도경 강사


쉬는 시간, 교실 곳곳에서 남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슬쩍 들여다보니 낯익은 화면. 내가 수년째 즐기고 있는 바로 그 게임, 브롤스타즈였다. 트로피 개수를 물으니 아이들 눈이 반짝 뜨였다. "선생님 브롤스타즈 해요?!" 수업 시작 전 이미 한 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오늘 진행한 수업은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의 교육부 협력 사업인 <찾아가는 안전한 미디어 이용 특강>으로, 염창중학교 진로탐색반 1-2학년 26명을 만났다. 남학생 23명, 여학생 3명. 교실 안은 처음부터 활기차고 힘이 넘쳤다.
1교시는 딥페이크로 시작했다. 아이들은 딥페이크라는 단어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긍정 사례를 보여주자, 표정이 달라졌다.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딥페이크로 고인을 되살리는 사례를 보여줬을 때, 2학년 학생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런 경우는 더 슬플 수도 있지 않나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나는 그 말을 붙잡고 고인의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갔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딥페이크 피해 영상을 함께 볼 때는 교실 전체가 하나의 방청석이 되었다. 피해자의 상황에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예?” “우~” “워~” “안돼~” 하는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통계 수치가 나왔을 때도 분위기는 진지했다.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 인식조사 결과 1위가 '장난으로' 였는데, 2위, 3위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설명에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장난이 범죄가 된다는 것. 실제 현장에서도 일부 학생들은 이것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장난처럼 이미지나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배운다. 장난으로 시작한 행동이 범죄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피해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2교시의 하이라이트는 내가 직접 설계한 딥페이크 판별 능력 테스트 앱이었다. 전날 새벽까지 고민해서 만든 것이었다. 기본 교안에 들어 있는 판별 테스트는 인터넷에 널리 퍼진 링크인데 단순히 진짜, 가짜를 고르는 수준이었다면, 이 앱은 판별 근거와 점수까지 함께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중학생인 두 아들에게 먼저 테스트해 보게 하고, 실제 반응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한 뒤 수업에 가져갔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들은 화면을 확대해 가며 사진을 분석했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짝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기 시작했다. "이건 손가락이 이상해!", "이게 어떻게 AI가 아니지?" “이건 백퍼 AI야!” 활동이 끝나자 해설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나는 하나씩 짚어가며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만드는 원리를, 그리고 앱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곁들여 설명했다. 그때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한 한 마디가 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세상. "100% 구별하는 능력보다, 일단 의심하고 확인하는 습관이 더 중요해요." 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능력,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공유하기 전에 한 번 더 멈춰 생각하는 태도. 이 모든 것은 아무리 재차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온라인 그루밍 파트에서도 아이들은 집중도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게임 아이템을 미끼로 접근하고, 친절함으로 신뢰를 쌓다가 점점 위험한 요구를 해오는 그루밍의 단계를 사례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영상 속 가해자의 대사 하나하나에 아이들은 흥분하기도 하고, 피해자 상황에 공감했다. 게임 채팅, 오픈 카카오톡, 메타버스 플랫폼까지 그루밍의 접근 경로가 낯설지 않은 공간들이라는 걸 아이들도 알았다. 그래서인지 반응이 더 날카로웠다. "저 상황이면 저도 속을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학생 대상 수업은 이론 설명이 아니라 공감의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나는 내가 겪은 실제 사례를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흥미롭게 풀어냈다.
마무리는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카훗 퀴즈였다. 아이들은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눈을 빤짝이며 스마트폰을 움켜쥐었다. 나는 게임 캐스터가 되어 재미있게 퀴즈를 진행했다. 독특한 닉네임을 쓴 학생이 순위권에 진입하는 순간,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1위부터 5위까지 시상하고 간식을 나눠 먹는 동안, 담당 선생님이 조용히 다가오셨다. "선생님, 오늘 수업 정말 좋았어요." 수업 내내 교실 뒤편에서 함께 지켜보셨던 진로담당 선생님이었다. "저도 몰랐던 내용들을 오늘 처음 알게 됐어요. 정말 유익하네요. 아이들한테 정말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강사로 현장을 다니다 보면 수업이 끝난 뒤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피드백은 오래 남는다. 열심히 준비한 것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밤늦게까지 고민하며 앱을 다듬던 시간이 보람으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미디어 교육이 단순히 아이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교실 안 모두에게 배움이 되는 경험. 그것이 청소년 미디어 교육이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이다.
수업을 마치기 전, 26명 모두에게 한마디씩 소감을 들었다. 1학년들은 수줍게 "재미있었다", "몰랐던 걸 알게 됐다"라고 했고, 2학년들은 "앞으로 절대 딥페이크를 만들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경각심을 가져야겠다",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2학년답게 제법 묵직한 소감들이었다. 100분이 꽉 찼다. 한 편의 쇼처럼 즐겁게 달렸지만, 그 안에는 생각의 확장도 있었고 진지한 토론도 있었다. 아이들이 오늘 배운 것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태도로 남기를 바라며 교실을 나왔다. 오늘의 시간이 아이들 안에 작은 경계심과 단단한 힘으로 남았으리라 믿는다.